■ 수업 기획 의도

동물 매개 활동(AAA: Animal Assisted Activity)이란 사람과 동물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정서적·심리적 안정과 신체 발달을 촉진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동물 매개 활동 중 하나인 동물 매개 교육(AAE: Animal Assisted Education)은 동물을 매개로 교육과정 내 과목별 학습 목표 및 성취 기준에 입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다.

본 수업에서는 유기견을 매개로 한 동물 매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살아있는 생명과의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인성을 함양하고, 교과 성취 기준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유기견과 함께하는 동물 매개 교육 프로그램 실행 단계

본 프로그램은 동물 매개 교육(AAE)과 인성 교육의 지향점 및 실과의 인성 덕목을 추출하여 프로그램의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생활과 동식물’ 단원의 성취 기준을 기본으로 실과 외 6개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에서 총 30차시를 확보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프로그램의 방향 설정

▶실과 '생활과 동식물' 단원에서 추출한 프로그램 개발의 기초

■ 유기견과 함께하는 동물 매개 교육 단계별 활동 내용

① 주제1: 동물의 중요성과 가치(총 2차시)

소주제로 가축의 역사와 동물의 이용을 다루었다. 사회 시간에 우리 역사의 시작 과정에서 야생 동물이 가축으로 길들여진 과정을 역할극으로 나타냈고, 실과 시간에는 스마트 패드를 이용한 인터넷 검색으로 생활 속에서 다양한 도움을 주는 가축의 종류와 이용을 알아보았다. 교사가 입양하여 돌봐오던 유기견(해피)이 수업에 처음 등장한 날, 학생들이 서로 유기견을 독차지하려다 갈등이 생기기도 했으나 이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② 주제2: 동물과 환경의 관계(총 4차시) 

소주제로 반려동물 천만 가구 시대의 어두운 측면인 유기견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도덕 시간에는 동물 학대 사례와 우리 반 유기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배려를 찾아보았고, 실과 시간에 동물의 자원적 가치, 반려견 사육에 드는 비용과 유기 동물 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알아보았다. ‘자원’에 대한 개념을 설명할 때는 우리가 해피와 함께하는 동물 매개 교육이 하나의 문화 자원임을 알려주니 학생들이 쉽게 동물 자원의 사례를 확장하여 찾을 수 있었다.

방과 후 5명의 ‘유기 동물 취재팀’을 구성하여 유기 동물 보호소를 직접 견학하도록 하였다. 취재팀 학생들은 유기 동물 보호소 관리자와 인터뷰를 하고, 유기 동물의 실태를 눈으로 확인했다. 다음 날 도덕 시간에 취재 내용을 발표하고, 직접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학급 학생들과 함께 보았다. 

취재팀이 직접 찍은 영상을 통해 생생한 실태를 접한 학생들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취재팀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으며, 유기 동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③ 주제3: 동물에 대한 기본 이해(총 6차시)

소주제로 반려견의 특징과 이용 방법에 대한 공감을 다루었다. 국어 시간에 <어린이 동물 보호 길잡이(농림수산식품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 2009)>란 교재에 실린 반려견에 대한 글을 특성에 따라 분류, 분석, 비교와 대조의 방법을 이용하여 구조화해 보도록 했다. 이 활동으로 학생들은 반려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심화했다. 교재에 실린 내용은 학생들이 바로 학급 유기견에게 적용 가능하여 성취 기준에 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긴 내용을 한 시간 동안 다 읽고 활동하기는 어려워 거꾸로 학습으로 모둠별로 한 단원씩 정리하여 함께 공부했다. 학생들은 반려견 사육에 필요한 방법과 반려견 건강 상식, 에티켓 등을 익혀 나갔다. 또한, 토의를 하며 교실에 온 유기견을 위한 사육 규칙을 세우고 당번을 정했다. 이때 진정한 사랑은 내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 없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라는 한 학생의 의견에 모두 공감하기도 했다.

④ 주제4: 실생활 적응 능력과 긍정적 태도(총 18차시)

도덕 시간 이전 시간에 다룬 사육 규칙 정하기의 연장으로 학급 유기견에게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함을 알렸다. 학생들이 직접 정한 책임은 사육 용품 준비, 산책시키기, 밥 주기, 물 주기, 이 닦아주기 등이었다. 6일간 실천 표에 확인 표시를 하고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돌보는 모습을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도 함양했다.

실과 시간 유기견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사료의 성분과 필요한 양을 조사한 뒤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분석하여 본인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손바느질로 유기견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옷과 장난감, 쿠션 등을 유기견이 잘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뿌듯함을 느꼈다. ‘생활과 정보’ 단원에서는 유기견이 주인공인 ‘동물 유기 예방에 관한 공익 광고 만들기’ 활동을 했다. 동영상을 찍은 후 ‘무비 메이커’를 이용하여 편집한 뒤 구글 클래스룸에 과제를 올리고, 공익 광고를 QR코드에 담아 공유했다.

수학 시간 직육면체를 이용하여 유기견을 위한 종이 집 만들기 활동을 했다. 프로토타입으로 종이 집을 만들고 수정·보완점을 찾은 후 협력하여 종이 집을 만들었다. 

체육 시간 공을 던지면 유기견이 물어오는 활동을 하며 어깨 회전으로 던지기, 손목 힘으로 던지기, 발 내디디며 던지기 동작을 연습했다. 운동 후 기념 촬영에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유기견도 활짝 웃는 모습이 찍혔다.

국어 시간 학급 유기견의 특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특성이 잘 드러나게 설명하는 글쓰기 활동을 했다. 평소 글쓰기를 싫어했던 학생들이 막힘없이 글을 쓰는 모습에서 학급 유기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기견에게 책을 읽어 주는 활동에서는 평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편이었던 학생도 진지하고 집중력 있게 책을 읽어 주는 모습을 보였다. 또 ‘유기 동물의 안락사는 정당한가?’,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은 옳은가?’란 주제로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동물 보호를 주장하는 글을 써 보았다. 이때 상호평가로 서로의 개요를 검토하고 수정·보충하며 학생 주도로 진행하도록 했다.

미술 시간 학급 유기견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만화 그려 보기 활동을 했다. 만화 소재가 다양한 것을 보아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학생들과 유기견이 함께한 추억이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학급 유기견과 다양한 주제의 사진 찍기 활동으로 사진 구상하는 법을 학습하기도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동물 유기 예방’에 관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학급 유기견을 데리고 학교 중앙 현관에 나가 자신들이 쓴 동물 보호에 관한 글을 모둠별로 벽에 붙인 후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읽어 주었다. 또 실과 시간에 만든 동물 유기 예방 공익 광고가 링크된 QR코드 인쇄물을 나눠주고, 스마트 패드로 공익 광고를 보여 주었다. 모둠별로 캠페인 활동에 참여해 준 학생 및 학급 유기견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활동 마무리 30차시로 진행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날 학생들은 차례로 학급 유기견 해피를 품에 안고 소감과 함께 자신에게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려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 경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학교에서 살아있는 생명체와 함께 프로그램을 했다는 경험 자체로 서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한 활동이 끝난 뒤 해피는 교사의 전원주택으로 돌아갔다.

※ 혁신수업N Vol. 02(2019 여름) '주제 통합 수업 - 유기견 해피와 해피 투게더, 동물 매개 교육 프로그램' 기사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