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학교에도 봄이 왔을까?
겨울에도 봄처럼 따뜻한 날이 지속되던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약칭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시작된 온라인 개학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거 스마트 교육에서 이야기하던 디지털 공유와 협업의 미래 교육 패러다임으로 극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인터넷의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1990년대 교육에서도 정보 통신 기술(ICT, Infomation&Communication Technology)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스마트폰의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시작된 스마트(SMART) 교육과 비슷합니다. 자동화 기술을 넘어 정보 통신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 업무에서도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생활 기록부와 교무 업무 결재를 전산화하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반대를 겪기도 했지만, 오늘날 전자 정부 시스템과 연동이 되는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와 행·재정 연동 시스템인 K-에듀파인까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완벽하게 온라인 시스템으로 구축된 교육 업무 시스템 덕분에 대부분의 업무는 학교에 나가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쉬운 점은 컴퓨터로만 접속할 수 있는 업무 처리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접속도 지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그에 비해, 교육 기관의 수업은 대학 입시라는 큰 벽에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서열 중심의 평가로 인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보다는 과거의 지식에 한정되어 교과서 중심의 교육을 해 왔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교육의 기반이 된 ‘누구나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지능 정보화 사회,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시스템’은 학교에서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미래에 가장 중요할지 모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방법은 시험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스마트 교육은 몇 년 전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교육 현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스마트(SMART) 교육이란
원래 스마트 교육은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한 교육의 일환으로서, ‘21세기 학습자 역량 강화를 위한 지능형 맞춤 학습 체제로 교육 환경,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및 평가 등 교육 체제를 혁신하는 동력’이라고 정의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지속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 교육, AI 교육 등으로 계속 변모함에 따라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 따위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교육’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S Self-Directed |
자기 주도 |
학생이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수행 |
M Motivated |
학습 흥미 |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를 활용 |
A Adaptive |
수준과 적성 |
학생 개별의 수준과 적성을 고려 |
R Resource Enriched |
풍부한 자료 |
디지털 콘텐츠 및 온라인 학습 상황을 활용 |
T Technical Embeded |
정보 기술 활동 |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학습 환경을 조성 |
- 에듀넷(한국교육학술정보원), 스마트 교육의 정의
# 스마트 교육은 한마디로 미래 교육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합니다. 21세기 아이들은 효과적인 시민, 노동자,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는 21세기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3Rs(읽기, 쓰기, 셈하기 등) 같은 과거의 지식과 기술은 미래에 필요한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4C 핵심 역량(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협업)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고등 교육과 다양한 경험, 도전 정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교실 환경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겪은 선생님들의 어려움은 바로 3Rs에 있지 않고 4C 역량 강화를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에 있습니다.
4C 핵심 역량
# 학교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한 온라인 학습, 원격 수업!
2020년 3월, 유래 없는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교육부, 교육청, 각 학교는 새로운 학교 운영, 수업 방법을 시도하게 됩니다. 수백 명의 선생님들에게 설문을 해 본 결과, 이번 온라인 개학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학생 간 학습 환경 격차, 낮은 참여율, 시스템의 불안정을 들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네트워크 관리 강화로 대부분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 시스템과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였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이 대부분 온라인 수업 도구의 사용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업무망과 교육망으로 나뉘며 업무망의 보안 규제가 상당합니다. 교사 및 교실은 대부분 업무망에 연결되어 철저하게 보안 규제를 받기 때문에 몇몇 시범 학교 이외에 일반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 도구를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 온라인 개학 이후 학교 수업
한때는 새로운 미래 교육의 모습으로 여겨지던 스마트 교육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SW 교육, 메이커 교육 등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많은 수업에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형태로 접목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농산어촌 ICT 지원 사업으로 방과 후 수업 등을 원격으로 진행하려던 사업도, 디지털 교과서 개발도 사전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온라인 개학으로 진행된 수업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학교 내의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일부로만 생각하고 모든 계획과 진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개학이 더 어려웠던 이유는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이 전화와 문자 위주이며, 원격 학생 관리, 출결, 수업 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생과 소통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학교 홈페이지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시하는 기능만 가지고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는 제한된 기능만을 사용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소통, 출결, 수업 관리를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해서 사용해야 했고, 이를 다시 학생과 학부모에 전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원격 수업은 세 가지 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지만 교육법상 수업 일수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유형을 활용한 원격 수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교육부 페이스북 참조
# 다양한 온라인 수업 기술의 활용
처음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과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SNS, 학급 관리 앱은 학부모의 동의와 가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출결, 수업 관리까지 되는 구글과 MS의 제품은 학교 인증을 거쳐 교사와 학생의 계정(e메일)을 생성하고 접속하는 방법을 원격으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을 처음 겪는 학생, 학부모, 교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2020년 3월까지 온라인 개학을 위해 전국의 선생님들이 활용한 온라인 소통 및 수업 시스템은 15가지가 넘습니다. 학교별로도 학생 소통, 출결, 과제 제시, 콘텐츠 활용 수업, 쌍방향 수업 등 5가지가 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학교의 모든 상황을 만족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에듀테크 회사들이 개발한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하고 피드백해 주는 학교가 거의 없었던 탓입니다. 온라인 개학 후 주로 사용된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도 사전 대비가 부족해 접속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개학은 원격 수업이 진행될 미래에는 정보 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술 중심의 교육이라 비판 받던 스마트 교육의 정보 활용 능력이 재평가받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의 기본 취지인 CT(Computational Thinking, 컴퓨터 사고력)를 기반으로 교사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어 테스트되고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많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수업의 목표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미래 지향적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래 교육은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
이번 온라인 개학이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기가 시작되지 않은 2월부터 한 번도 보지 못한 학생과 교사가 온라인으로 교감을 형성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교사는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에 익숙한데 말입니다. 학생이나 교사 누구든 SNS나 게임 상에서는 교감을 했던 경험이 있었겠지만 학교나 교실에서는 누구도 비대면 교감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교감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대화와 협업을 통해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 설계와 도구를 접목시켜 나가야 합니다.
교사는 가장 적절한 시스템을 선택하고 활용하여 많은 자료들 중 최선의 자료를 추천·제공하고, 학생들은 그것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는 상호 작용, 협업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미래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이미 그것은 비가역적인 현실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도 사람이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없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기술들이 학교와 교실로 들어와 활용될 때, 비로소 스마트 교육, 미래 교육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미래 교육, 그 새로운 과정의 중심에 선생님이 계십니다.
# 온•오프라인 수업 연계를 위한 제언
현재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학교 내의 많은 보안이 일시 해제되고 효율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온·오프라인 수업 연계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지원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교 교육망에 허용된 SW 및 HW 유지
보안 유지를 근거로 사용을 금지한 클라우드 및 상용 메일을 허용하여 교사와 학생들이 다양한 시스템을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부 교육청에서 제공한 구글 및 MS 학교 관리 시스템의 학교 관리자 계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에서 가장 필요한 메일 계정을 학교에서 관리하며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처럼 각 교실에 무선 연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공유기 사용을 허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사용했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을 학교에서 사용하며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원격 학습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학습터 및 EBS 온라인 클래스의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기능 개선
교사의 수업 자료 업로드나 학생 수업 관리에 문제가 많은 시스템을 개선하여 믿을 수 있는 수업 진행 및 학습 관리 시스템으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사설 원격 연수원, 인터넷 강의, 유투브 등에 눈높이가 맞추어져 있는 학생과 교사들의 만족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BYOD (Bring Your Own Device) 활동 강화
학교에서 원격 학습을 실시할 때,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정보 기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 자신이 사용하는 정보 기기를 가져와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화 윤리 및 사용 태도 교육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 다른 정보 기기는 수업의 다양성에도 도움을 줍니다.
# 학교와 교실의 미래 전망
이미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 일수를 채운 학교들은 과거의 교육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넘어선 온·오프라인 수업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수업 도구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학생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다양한 활동으로 온라인 학습의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면 미래에는 아름다운 봄이 오겠지만, TV시청과 다름없는 단순한 지식 전달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전국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신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서로 다른 수업 활동과 결과물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수업을 앞서 나가며 공유해 주는 선생님들과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수업을 만들어 가는 수많은 선생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은 이미 봄을 지나 여름의 울창함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선생님들은 지식 전달자에서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적절한 기술과 함께 새롭게 체험시켜 주는 코디네이터로서의 교사의 역할을 경험했습니다. 과거의 폐쇄적인 교실 수업에서 정보가 열려 공유되고 재가공되어 발전되는 수업 변화의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라도 좋은 수업을 한다면 그 자료를 가져와 가공하고 학생들과 새로운 수업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온라인 개학에 교육부와 출판사들이 저작권을 일시 보류하며 열린 마음으로 수업 제작에 도움을 준 것처럼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을 사회에서 더욱 지원하고 도와준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급변하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사회를 이끌어 가는 미래 교육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에 새로운 교육의 변화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회색빛 겨울, 누군가에게는 벚꽃 만발한 봄……
사실은 이미 봄을 지나 여름으로!”
현재의 어려움은 학교와 교실 속에 머물러 있던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의 공유와 협업은 코로나19라는 위협 속에서 피어났지만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렵게 일어난 교육의 변화가 자칫하면 한때의 열병처럼 치부되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교육의 봄이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지만 가을이 왔을 때 다시 낙엽이 쌓여 잊혀진다면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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